<[미국 교육통신]음식-글로벌시대 ‘입맛 장벽’을 넘어라 >
2008-03-04






자녀를 국제적인 사람으로 키우려면 아이의 식단을 세계화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매사추세츠 주의 한 보딩스쿨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마이클은 7학년을 마치고 5주간 그 학교에서 마련한 서머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하지만 집을 떠나 있는 동안 한국 음식이 아닌 그 곳 학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몸무게가 3㎏이나 빠져서 돌아왔다. 지금은 멀리 있는 그 학교를 포기하고 집 근처의 사립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외국서 한국 음식 접할 기회 적어
필자의 시아버지는 1960년대에 2주 이상의 긴 해외 출장을 떠나면서도 워낙 음식을 가리지 않고 드시던 터라 아무 걱정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출장이 끝나갈 무렵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몸이 아프고 열이 났다고 한다. 낯선 곳에서 병원을 갈 수도 없었고 심한 허기를 느꼈단다. 그래서 호텔에서 룸 서비스로 스파게티를 시켜 볶은 고추장(여행 초 호주에 들렀을 때 호주대사 부인이 꼭 필요할 때가 있을거라며 조그만 병에 넣어주었다고 함)을 듬뿍 넣어 비벼 먹고는 한숨 푹 자고 나니 언제 아팠나 싶게 몸이 개운해져서 탈없이 출장을 잘 마쳤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 여름 필자는 한 지인의 집에서 다른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할 일이 있었다. 마당에 있는 바비큐 그릴에서 구운 햄버거와 핫도그, 샐러드 등 여러 가지 음식이 준비되어 있어 모두 맛있게 먹고 있는데 느닷없이 한 사람이 "아, 김치하고 밥 없습니까? 우린 이런 서양 음식이 아무래도 좀 그래.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말야. 역시 한국 사람은 밥하고 김치가 최고라니까"라고 밥과 김치를 요구하는 통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좀 당황한 적이 있었다.

이렇듯 자기가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음식은 늘 찾게 될뿐더러 한동안 먹지 못하면 생활의 활력까지 잃을 정도로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즈음 한국 음식이 건강식으로 손꼽혀 심심찮게 미국의 유명 잡지나 푸드채널에 오르내릴 때마다 한국 음식을 더 많이 자랑하고 싶어진다. 특히 김치와 불고기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 잘 알려져 꽤 많은 사람이 즐겨 찾고 있다. 그러나 외국 생활을 하면서 한국 마트나 한국 식당을 가지 않고는 집에서 만든 신선한 한국 음식을 접하기가 아직까지는 쉽지 않다. 또 냄새가 강한 한국 음식을 먹고 나면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김치·고추장 없이도 먹을 수 있도록
최근에는 한국의 어린 학생들이 미국 등 다른 여러 나라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고 이민가정 자녀들 역시 대학에 들어가면 대부분 집을 떠난다. 인터넷이 발달하여 대형 한국 마트 등을 통해 기본적인 한국 음식은 주문할 수 있다지만 매일 한식을 꼭 먹어야 하고 다른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기숙사 생활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이런 학생이 조용한 소도시 혹은 시골에서 생활한다면 더욱 힘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어릴 적 식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하고 골고루 잘 먹는 사람들이 건강은 물론 성격도 원만하고 어디서든 환영받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우리 자녀들은 전 세계가 생활의 무대일 수밖에 없기에 김치와 고추장 없이 하루도 제대로 생활할 수 없다면 국제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보고 익숙해지게 하여 아이들이 어디서든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부모가 아이들의 식단을 세계화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제니퍼 성〈美 교육 상담 전문가〉 jsung@theeducationconsul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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